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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3 09:30
한 국책은행의 부지점장이 지점 내 여직원에게 '유사성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 여가 지났음에도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아 사내 성범죄 근절 의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 국책은행 서울 ㄱ지점의 부지점장 오모(男)씨는 지난 5월 자신이 근무하던 지점 여직원 A씨(18)에게 지점 내에서 '유사성행위'를 강요하고 A씨에게 강제로 양치질을 하도록 요구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위까지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직원에게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른 오씨는 현재 인근 해당 지역본부에 대기 발령된 상태다.
이 국책은행은 해당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다가 세계파이낸스의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자 이 사실을 전면 시인했다. 은행 측은 "최근 지점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재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비상식적인 사건이 터졌는데도 사건 조사 속도는 '걸음마'수준이다. 사건이 터진지 두달이 지났지만 은행 내부에선 징계수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이 은행의 사내 성범죄 근절 의지가 의문시 되는 대목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징계에 필요한 절차를 하나씩 밟기 위해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며 "상황 파악 및 조사가 마무리되면 인사위원회 열어 가해직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해명했다. 은행 내규에 따라 가장 강도 높은 처벌인 '면직'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은행 내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점의 폐쇄성을 꼽는 주장이 크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본점에 비해) 비교적 폐쇄적인 지점 내에서는 10여명의 직원이 2-3년가량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고 있다. 특히 지점에서는 지점장이나 부지점장이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며 "일부에선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을 염려해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은행의 한 여직원은 "회식 때마다 허벅지를 만지는 등 손버릇이 나쁜 지점장 옆에 앉지 않기 위해 여직원끼리 순번을 정하기도 한다"며 분노를 토로했다. 이어 "행내 성범죄 예방 교육이 진행되긴 하지만 타 은행보다 보수적인 기업문화 탓에 사실상 교육 효과가 없다.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오현승 세계파이낸스 기자 [email protected]